다큐멘터리/장편

타이니 숄더, 바비 인형을 다시 보다ㅣ감독 안드레아 네빈스

지붕위에서 2021. 1. 27. 02:14

다큐멘터리 ㅣ 미국 ㅣ 2018

 

기억에 남는 장면

"우리는 바비를 데리고 멍청한 짓을 했어요"

 

영화 후기

패미니즘을 접하고 나서부터, 매장에 진열된 아이들의 장난감, 문구, 옷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것들은 젠더의 구분이 너무나 확실했고 불편함을 주었다. 단순히 색깔과 모양을 넘어서 여자아들에게 잘못된 성고정관념을 주입하는 요소들이 많았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약 60년 전 제작되어 나 또한 어릴 때 열심히 갖고 놀던 '바비인형'이다. 

아이들에게 인형은 자신을 투영하는 또 하나의 매게체가 된다. 바비인형은 비현실적인 몸매와 진한 메이크업, 짧고 타이트한 옷으로 무장하여 아름다움의 표본 즉 '너 인형처럼 예쁘다'는 말에 중심이 된다. 미국에서 시작하여 전세계적으로 선풍적 인기를 끌었고 그 영향력은 실로 어마어마 했다. 아이들은 바비인형을 이상적인 여성의 모습으로 여겼고 미국의십대아이들 사이에서는 바비처럼 허벅지가 닿지 않게 살을 빼 인증하는 게 유행했다. 그것이 아름다움의 표본이라고 여긴 것이다. 바비인형의 잘못된 성 고정관념의 고착화는 여성에게 아름다움에 대한 강박관념과 코르셋을 씌워 아이들의 건강을 위협했을뿐만아니라 백인우월주의의 인종 차별적 요소 또한 갖고 있었다. 바비는 큰 키의 늘씬한 백인 인형이다. 바비 인형을 떠올린다면 흑인 인형은 생각나지 않는다. 금발에 파란눈을 가진 전형적인 백인 여성. 이는 다인종국가인 미국에서 흑인과 유색인종 아이들이 소외감을 느끼고 자신의 피부색을 혐오하게 만드는데 영향을 주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여자 연예인들의 백색같은 피부색을 따라하기 위해 거액의 돈으로 전신에 우유주사를 맞지 일이 비일비재하지 않는가. 다양한 외모와 피부색을 가질 수 있는 것이 당연하고 그 어떤 인종도 뛰어나거나 우월할 수 없는 모두가 평등한 존재임에도 불구하고 미에 대한 표준화는 차별과 분리를 정당화시킨다.

시대의 흐름에 맞춰 바비인형이 변해가는 과정을 보여준 이 다큐멘터리는 아주 영리한 소재를 선택했다고 생각한다. 바비인형을 통해 여성의 몸과 아름다움에 대한 생각을 하게하고, 성에 대한 고정관념이 얼마나 모순적인지를 보여주는 대목이 드러나 매우 흥미로웠다. 여전히 바뀌어야할 점이 많은 답답한 바비의 모습이지만, 변화의 시작을 맞이한 만큼 더욱 자유롭고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바비가 처음 생길 때 "girls can do anything"슬로건으로 소녀들에게 희망을 주었던 것처럼 앞으로 여자아이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모습으로 변화해갔으면 하는 마음이다.